심판례

10만원 상담료에 1250만원 물어 낸 '기막힌 세무사'

[조세일보] 박일경 기자

입력 : 2012.08.24 08:18 | 수정 : 2012.08.24 08:18

한 세무사가 고작 10만원만 받고 해 준 세무상담 내용이 잘못되면서 의도하지 않은 세금을 부담하게 된 납세자에게 상담과 관련된 세금은 물론 가산세와 가산금까지 합쳐 1250만원을 물어줘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 세무사는 법정에서 "회사를 인수하는 문제인데 세금부과 여부만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할 리 없다. 세무상담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도 인정될 수 없다"는 취지로 호소했지만, "책임을 지라"는 서릿발같은 법원 판단을 막을 수 없었다.

청주지방법원(판사 이수현)은 24일 "세무사의 잘못된 세무상담 때문에 회사를 인수해 과점주주로서 예기치 못한 취득세를 냈다는 A씨가 B세무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를 내용으로 한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청주지법에 따르면 충북 청원 소재 석유 및 LPG 판매회사인 K주유소 인수를 고민하던 A씨가 B세무사를 찾아온 것은 지난 2009년 6월. 이보다 훨씬 이전부터 비용을 받지 않고 K주유소 세무업무 처리를 해오던 B세무사를 A씨가 찾아온 것.

A씨는 "주식양수를 통해 K주유소를 인수하려는 과정에서 발생될 문제는 없는지, 또 아들 2명을 동업자로 해서 가족명의로 K주유소 주식을 인수해도 문제가 없는지"를 물었으며, 이에 대해 B세무사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는 것이 법원이 밝힌 사실관계.

법원에 따르면 세무상담 이후 A씨는 곧바로 주유소 인수를 결정했고, 상담료 10만원을 받은 B세무사는 A씨 및 그의 두 아들과 K주유소 주주들 사이의 주식양도양수계약서를 작성해 주는 것은 물론 친절하게도 주식양도 신고업무까지 대신 해줬다.

이후 B세무사는 A씨가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주유소 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2010년 1월부터 매달 15만원 상당의 비용을 받으면서 정식으로 이 회사의 기장업무 등을 대행했다는 것.

이들의 밀월관계는 곧 끝났다.

당초 '아무런 세금문제가 없다'는 세무상담 내용과 달리 A씨는 이 회사의 과점주주로 인정돼 청원군으로부터 취득세와 농어촌특별세를 합쳐 2425만8000원을 부과 받았다.

A씨는 곧바로 "잘못된 세무상담으로 인해 부담하지 않아도 될 세금을 부담하게 돼 손해를 입은 만큼, 위임받은 주식양수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거나 세법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세무상담을 한 과실이 있으므로 손해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B세무사는 세무상담이 잘못된 것은 인정하면서도 "A씨와는 주식양수와 관련된 위임계약이 없었고, 세금부과 여부만을 기준으로 A씨가 주식양수인을 결정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잘못된 세무상담과 A씨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도 인정될 수 없다"며 맞섰다.

법원은 이에 대해 "B세무사는 세무상담 당시 10만원을 받고 계약서 작성은 물론 신고업무까지 대행했다"며 "나중에 정식으로 기장업무 등을 대행한 것에 비춰 세무상담이 이뤄질 무렵부터 세무업무에 관한 위임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또 "세무전문가인 B씨로서는 수임인으로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해 관련법령을 숙지, 주식양수에 따른 과세여부를 A씨에게 알려줘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주식양수에 과세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정보제공과 이로 인한 A씨의 손해간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만큼, B세무사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

법원은 특히 "A씨가 설령 세금이 부과될 것을 알았어도 가족명의로 주식을 샀을 것"이라는 B씨 주장에 대해선, "과세여부를 떠나 주식을 가족명의로 살 것이라면, 굳이 세무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법원은 그러나 손해배상 범위와 관련해선 "위임계약의 대가가 소액이고 A씨도 상담내용만을 믿고 스스로 어떠한 검토도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B씨의 손해배상책임을 5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며 세무사의 배상액 범위를 제한했다.

아울러 가산세 부분은 배상하더라도 본세 부분은 과실과 인과관계가 없다는 B씨 주장에 대해서도 "A씨에게 부과된 세금 전체가 인과 관계가 있다"고 일축했다.

이에 더해 주식양수 시점부터 청원군청의 세금부과가 이뤄지기까지의 미납기간 동안의 가산금과 관련해서도, "세무사 과실로 인해 부담하지 않아도 될 세금이 부과된 것이 손해로 인정되는 이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참고 판례 : 청주지법2011가단18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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